2026.09.02

프리즈 하우스 서울, ‘풍경’과 ‘보이지 않는 연결’을 말하다

폴라 쿠퍼 갤러리 《WOODS LANDS MEADOWS》·다나베 치쿤사이 4세 《INVISIBLE FOREST》 동시 개최

프리즈 서울 2026이 개막한 가운데, 프리즈의 서울 상설 공간인 프리즈 하우스 서울(Frieze House Seoul)에서는 프리즈 위크를 맞아 두 개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뉴욕의 폴라 쿠퍼 갤러리(Paula Cooper Gallery)가 선보이는 14인 그룹전 《WOODS LANDS MEADOWS》와 교토의 유메코보 갤러리(Yumekoubou Gallery)가 소개하는 일본 작가 다나베 치쿤사이 4세(Tanabe Chikuunsai IV)의 개인전 《INVISIBLE FOREST》다.

두 전시는 지난 8월 27일 개막해 오는 9월 19일까지 이어진다. 프리즈는 이번 두 전시를 통해 자연과 기술, 기억과 풍경, 그리고 인간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연결 관계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명한다.

기억되고 다시 만들어지는 풍경, 《WOODS LANDS MEADOWS》

폴라 쿠퍼 갤러리가 선보이는 《WOODS LANDS MEADOWS》는 미국 전후 아방가르드부터 동시대에 이르는 14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그룹전이다.

전시에는 테리 애드킨스(Terry Adkins), 칼 안드레(Carl Andre), 토바 아우어바흐(Tauba Auerbach), 제니퍼 바틀렛(Jennifer Bartlett), 제인 벤슨(Jane Benson),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 사라 찰스워스(Sarah Charlesworth), 마크 디 수베로(Mark di Suvero), 한스 하케(Hans Haacke), 신시아 호킨스(Cynthia Hawkins), 솔 르윗(Sol LeWitt), 왈리드 라드(Walid Raad), 베로니카 라이언(Veronica Ryan), 메그 웹스터(Meg Webster)가 참여한다.

전시는 풍경을 단순히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모습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기억과 언어, 지도, 물질을 통해 풍경이 어떻게 기억되고 기록되며 다시 구성되는지를 살펴본다.

회화와 조각, 사진, 콜라주, 텍스트 등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참여 작가들은 자연과 인공 환경, 역사와 기억이 중첩된 풍경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즉 풍경은 고정된 배경이라기보다 인간의 경험과 기억, 역사와 물질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새롭게 인식되는 대상으로 제시된다.

약 7,000개의 대나무로 만든 ‘보이지 않는 숲’

같은 공간에서 유메코보 갤러리는 다나베 치쿤사이 4세의 개인전 《INVISIBLE FOREST》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자연계의 살아 있는 네트워크와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정보 네트워크 사이의 관계에 주목한다.

숲의 땅 아래에서는 균류와 미생물, 식물의 뿌리가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영양분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작가는 이처럼 서로 의존하며 유지되는 자연의 생태 시스템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가 연결된 현대사회의 정보망 사이의 유사성을 탐구한다.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 《SHIKAI(始壊)》에서는 대나무와 흙으로 제작한 새로운 조각 작품을 통해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탐구한다. 흰색은 생성을, 검은색은 소멸을 상징하며, 재료를 붓고 깎고 쌓는 제작 과정의 흔적에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동안의 시간이 기록된다.

2부 《INVISIBLE FOREST》에서는 이러한 개념이 대규모 장소 특정적 설치로 확장된다.

약 7,000개의 쪼갠 대나무 조각(split bamboo strips)으로 구성된 구조물이 전시장 곳곳을 뻗어나가며 지하의 균사체 네트워크를 연상시키는 공간을 만든다. 대나무 사이로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면서 전시 공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변화한다.

관람객은 작품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데 머물지 않는다. 구조물 사이를 직접 이동하며 그 안으로 들어가고,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가 된 듯한 몰입형 경험을 하게 된다. 프리즈 공식 설명 역시 관람객이 자신을 더 큰 연결 시스템 속 하나의 존재로 경험하도록 구성된 작업이라고 소개한다.

전통 대나무 공예에서 공간 설치까지

리프엔뉴스는 9월 1일 프리즈 하우스 서울 현장을 찾아 두 전시를 직접 살펴보고, 다나베 치쿤사이 4세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치쿤사이는 대대로 대나무 공예를 이어온 집안에서 태어나 현재 4대째 가업을 계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대로부터 전해지는 전통적인 대나무 공예 작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오늘날에는 대나무를 이용해 공간 전체를 변화시키는 대규모 설치작업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이번 서울 전시에서도 이러한 두 방향의 작업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조각과 공예적 접근에서 출발한 작품과 함께, 관람객이 작품 안으로 직접 들어가 경험하는 몰입형 대나무 공간 설치가 펼쳐진다.

전통을 계승하는 것과 동시대적인 조형 언어를 만드는 것이 치쿤사이의 작업 안에서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된다. 세대를 거쳐 축적된 대나무 공예의 기술은 그의 작업에서 조각을 넘어 빛과 건축, 관람객의 움직임까지 포함하는 공간적 언어로 확장된다.

두 전시가 만나는 지점

《WOODS LANDS MEADOWS》와 《INVISIBLE FOREST》는 서로 독립된 전시지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바라본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이어진다.

《WOODS LANDS MEADOWS》가 풍경이 기억과 언어, 역사와 물질을 통해 어떻게 기록되고 다시 구성되는지를 바라본다면, 《INVISIBLE FOREST》는 그 풍경의 아래와 주변에서 작동하지만 눈으로는 쉽게 확인할 수 없는 연결과 순환을 공간 안에 드러낸다.

하나는 ‘풍경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묻고, 다른 하나는 ‘그 세계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어 존재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프리즈 하우스 서울에서 나란히 펼쳐지는 두 전시는 풍경과 자연을 단순한 감상의 대상으로 제시하기보다 기억과 역사, 물질과 기술, 그리고 인간의 존재까지 이어지는 관계의 문제로 확장하고 있다.

전시 정보

Paula Cooper Gallery
《WOODS LANDS MEADOWS》

Yumekoubou Gallery
Tanabe Chikuunsai IV 《INVISIBLE FOREST》

기간 | 2026년 8월 27일~9월 19일
장소 | Frieze House Seoul
주소 | 서울 중구 동호로15길 17

글·사진 | 송민숙, Floral & Leaf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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